ChatGPT에게 질문을 했다가 당황한 경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분명히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았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던 경우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인용하거나,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설명하거나, 없는 사람의 발언을 만들어내는 일이 LLM에서는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이것이 바로 환각(Hallucination) 현상입니다. AI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AI를 훨씬 더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현상이 왜 생기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환각이란 무엇인가
AI에서 환각(Hallucination)이란 모델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생성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단순한 오류와는 다소 다릅니다. 계산 실수처럼 단순히 틀린 것이 아니라, 모델이 스스로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내용을 확신에 찬 어조로 출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환각의 유형은 다양합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논문이나 책을 인용하는 경우, 실존 인물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서술하는 경우, 없는 법률 조항이나 판례를 언급하는 경우, 제품의 기능이나 사양을 잘못 설명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모델이 이런 내용을 생성하면서 틀렸다는 신호를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문체로 출력되는 경우가 많아서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왜 환각이 발생하는가
환각이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LLM의 작동 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3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LLM은 기본적으로 다음에 올 토큰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 구조가 환각의 근본적인 원인과 연결됩니다.
모델은 "사실인 내용"을 생성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그럴듯한 다음 내용"을 생성하도록 학습되어 있습니다. 학습 데이터에서 자주 함께 등장한 단어와 개념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자연스러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생성될 수 있습니다. 모델 입장에서는 "틀린 내용"과 "맞는 내용"을 구분하는 내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저 학습 패턴에 기반해 가장 그럴듯한 텍스트를 생성할 뿐입니다.
또한 학습 데이터의 한계도 영향을 미칩니다. 인터넷에는 정확한 정보만큼이나 부정확한 정보도 많습니다. 모델이 잘못된 정보가 포함된 텍스트를 학습했다면, 그 패턴이 출력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학습 데이터에서 드물게 등장하는 주제나 특정 인물에 대해 질문했을 때 환각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환각이 특히 위험한 영역
환각 현상은 모든 상황에서 동일한 위험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영역에서 환각이 발생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심각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의료 정보 분야에서는 잘못된 약물 정보나 증상 해석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법률 분야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판례나 조항을 인용하는 경우 실제 법적 판단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학술·연구 분야에서는 없는 논문이나 저자를 인용하면 연구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금융 분야에서도 잘못된 수치나 기업 정보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창작, 브레인스토밍, 아이디어 발굴 같은 영역에서는 환각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정확한 사실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표현이 중요한 맥락에서는 LLM의 특성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 활용 영역 | 환각 위험도 | 주의 사항 |
|---|---|---|
| 의료·법률·금융 | 높음 | 반드시 전문가 검토 필요, 단독 의존 위험 |
| 학술 연구·인용 | 높음 | 인용 출처는 반드시 원문 직접 확인 |
| 사실 정보 검색 | 중간 | 중요한 사실은 다른 출처로 교차 확인 |
| 창작·아이디어 | 낮음 | 사실 정확성보다 창의성이 중요한 맥락 |
| 코드 작성 보조 | 중간 | 실행 전 코드 검토 필요, 논리 오류 가능 |
환각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 접근
환각 현상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이를 줄이거나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접근이 연구되고 적용되고 있습니다.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검색 증강 생성)는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모델이 답변을 생성하기 전에 외부 데이터베이스나 문서에서 관련 정보를 먼저 검색하고, 그 내용을 참고해서 답변을 생성하는 방식입니다. 모델의 학습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보완할 수 있어, 사실 정확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ChatGPT의 웹 검색 기능, 기업용 AI 챗봇에서 내부 문서를 참조하는 기능 등이 이 방식을 응용한 사례입니다.
파인튜닝과 RLHF도 환각 감소에 기여합니다. 4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인간 피드백을 통해 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답변을 생성하도록 모델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환각 빈도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법만으로 환각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델이 불확실할 때 "모르겠다"고 답하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확신이 낮은 경우 답변을 거부하거나 불확실성을 명시하도록 학습시키는 방향입니다. 실제로 최근 모델들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정보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같은 표현을 이전보다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환각에 대처하는 방법
기술적 해결책이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사용자 스스로 환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AI를 활용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몇 가지 실용적인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반드시 교차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AI가 제공한 수치, 날짜, 인용구, 법률 조항 등 사실 관계가 중요한 정보는 원본 출처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AI의 답변을 출발점으로 삼되, 최종 판단의 근거는 검증된 자료에서 찾는 방식입니다.
AI에게 출처를 요청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LLM이 제시하는 출처 자체도 환각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출처를 제시했다고 해서 그 출처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해당 내용이 실제로 그 출처에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프롬프트에 "모르면 모른다고 해줘", "확실하지 않은 내용은 불확실하다고 표시해줘" 같은 지시를 추가하면 환각 표현을 어느 정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델이 불확실성을 더 명시적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환각은 버그인가, 특성인가
AI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환각을 "고쳐야 할 버그"로 볼 것인지, "이 기술의 구조적 특성"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LLM의 작동 원리 자체가 환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제거보다는 관리와 보완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LLM은 "정보를 검색하는 도구"보다는 "언어를 생성하는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정보의 정확성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검색 엔진이나 공식 문서를 우선 활용하고, LLM은 그 정보를 이해하고 정리하거나 표현하는 단계에서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현재로서는 합리적인 접근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환각 현상은 LLM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의도적인 거짓이 아니라, 다음 토큰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모델의 특성상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의료, 법률, 학술처럼 사실 정확성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며, RAG 같은 기술적 보완과 함께 사용자 스스로의 교차 확인 습관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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